고상 2017. 2. 18. 16:32

"나에게는 꿈이 없었다"

 영화 비트를 봤다. 캐나다로 오면서 급하게 다운 받았었던 영화다. 별 생각 없이 가져왔고, 그냥 심심해서 봤는데 이렇게 잔상이 오래 갈 줄은 몰랐다. 고소영이야 원래 예쁘다고 생각했었지만,, 정우성에게도 눈길이 계속 가게 될 줄은 몰랐네.. 

 영화는 조금씩 유치한 대사들이 있었지만 (특히 로미), 주인공들이 20년전의 청소년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오히려 그 시대에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시절의 거리, 감성, 체벌 등 향수를 일으키는 부분도 보면서 즐거웠다. 

 20년 전 영화를 뒤늦게 보고 이 새벽에 머나먼 타국땅에서 글까지 쓰는 이유는, 내일이 휴일이어서가 아니라, 바로 영화에서 계속해서 던져진 질문 때문이다. "넌 꿈이 뭐니?" "나중에 뭘 할꺼니?" 엎드려서 편안하게 영화를 보다가 계속 흠칫 할 수 밖에 없었다. 내 대신에 정우성이 대답했다 "모르겠어". 이 때만큼은 정우성도 나도 닮은 면이 있는 걸까, 정신 없이 흘러가는 삶 대문에 꿈이란 걸 생각할 겨를이 없는 걸까, 왜 그래쓰까? 쟤가 왜 그럴까앙?!! 

 앞만 보고 달리다가 이렇게 주변을 돌아보게 되는 질문을 얻고, 오랜만에 여유있게 블로그에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 이전에 모잠비크에서 IICD로 보냈던 활동 레포트를 읽었는데, 너무 좋았고 많이 놀랐다. 읽는 내내 계속 가슴이 뛰었다. 내가 이렇게 활력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았었구나. 타인을 의식하지 않는 온전한 내 삶을 살았던 적이 있었구나. 언어, 문화, 사람 등 모든 것이 새로운 장소에 가서 적응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계획하고 행운을 만나고 목표를 이루고 배우고 가르치고 했던 모든 경험들이 다시 떠오르면서 지금의 나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영화 비트에서 로미의 이런 대사가 나온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행복한 것 같아 나만 빼고.." 보면서 또 놀랐다 (많이 놀라네). 똑같은 생각을 2016년에 했었다. 나는 이렇게 바쁘고 힘들고 마음이 불안한데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은 다들 너무 행복해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한마디로 '나만 빼고 다 행복한 것 같아.'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나중에 뒤돌아보니 그런 생각을 했던것 자체가 너무 충격이였다. 객관적인 나는 누가봐도 제일 행복해야 하는 사람인데,,, 이렇게 내 삶을 살지 않는 것은 나를 불행하게 만든다. 내가 주체적으로 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일, 하지 못한 일에 대해서 욕을 먹고 두려움을 가지게 되는 일은 나같은 사람도 negative 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 무서운 일이다. 

 사실 2016년에도 여러가지 내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었다.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이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어떤 것이 나에게 가장 큰 의미가 있는 일인지 생각을 많이 헀었다 (그만큼 힘들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I want to creat good and important for people and environment 이다.  

 그러면 지금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첫번째로는 일을 많이 알고 잘 판단해서 처리할 수 있도록 지금 일에 대해서 깊이 있게 알고 싶다. 이제 온지 한달이 되가는데,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는 것은 당연한 거고, 법인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잘 알고 운영에 보탬이 되고 싶다. 두번째로는 영어를 더 잘하고 싶다. 오랜 숙원...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은, 지금 단계에서는 노력 없이는 절대 저절로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축구도 기타도 단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최소 세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의 어썸한 환경을 잘 이용을 하자. 세번째로는 여행, 하키가 생각이 나는데 이건 별개니까, 그래도 생각나는 순서를 무시할 수는 없으니 네번째로는 아이디어 & 마케팅을 learning by doing 으로 배워보고 싶다. 회사 업무에 익숙해지면 주변이 더 또렷하게 보일 것 같다. 

 영화가 사실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바랬는데, 많이 아쉽다. 물론 로미를 데리고 살면 정우성이 너무 고생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역시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은 안타까운 법이다. 당분간은 20년전 영화의 주인공들의 모습이 종종 생각이 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