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 2013. 3. 31. 00:46


일을 시작한지 한달이 되었다. 짧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시간이지만 생각보다 더 치열하게 보냈던 것 같다. 일을 하면서 문득 느끼는 게 몇가지 있었다. 

 가장 먼저 느꼈던 것은 바로 일과 생활의 balance가 중요하구나 라는 것이다. 사실 학생일 때는 주위 선배들이 혹은 신문이나 티비에서 이런 말을 들었을 때도 별 감흥이 오지 않았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자기 생활에 만족을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해보니까, 달랐다.

 내가 생각했던 일과 실제로 하는 일은 달랐다. 아니 내가 생각했던 일이라는 것은 사실 구체적인 실체가 없었다. 막연한 이미지만 있었을 뿐 실제로 느껴야하는 압박감, 무게 같은 것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었다. 실제로 일을 시작해보니 결국 하루종일 하는 일은 컴퓨터 앞에서 머리와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밥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심지어 동료와 농담 한마디 할 여유도 없었다(아직 신입이라 더 그럴 수도 있다). 컴퓨터와 먼저 소통해야 하는 직업이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외로운 직업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또 새롭게 받아들였던 점은 월급쟁이라는 말의 의미 이다. 예전에는 단순히 사업하는 사람은 돈을 많이 버는 것, 월급쟁이는 비교적 적게 버는 것 정도로 생각했었다. 사실 그 관점에서는 틀린 말도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 샐러리맨(앞으로 이 단어를 쓰자)의 영역은 그 정도로만 볼 수 없는 것 같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팀장들과 그 밑에서 그것을 다 받아 주어야 하는 과장들 그리고 그 밑에서 이런 저런 짝궁을 잘 맞추며 일하는 사원들이 한 공간에서 하루종일 같은 목적을 응시하며 생활해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샐러리맨의 생활이다. 게다가 퇴직하면 남는 것이 없어서 임원조차도 자신의 업을 갖고 싶다고 하는 것이 우리들의 라이프가 될 수 있다. 이전에는 이런 세계에 대해 전혀 상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모든 것들이 굉장히 새로웠다. 

 그런데 꼭 그런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공유할 수 있는 것도 많다. 웃을 수 있는 일도 하고 싶은 말도 마음 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자신만의 업은 없더라도 주위 사람들과 그 길을 따라 걸으며 얻을 수 있는 혜택도 많다. 물론 난 이제 신입사원이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가끔씩 주위 선배들이나 친구들이 회사 생활이 어떻냐고 묻곤 한다. 일은 잘 맞는지 회사는 어떤지 물어 본다. 그럴때마다 큰 고민 없이 그냥 재미있고 정신없고 괜찮아 라고 답을 하는데 오늘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리 간단한 문제인 것 같지는 않다. 한번 상상을 해보았다. 상무님이 소고기를 사주시며 신입사원 일은 좀 할만해? 라고 물었을때 단순히 예 괜찮습니다, 좋습니다가 아닌 진정성을 가진 대답을 하려면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까? (뭐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기왕 대답을 할거면 진심이 담긴 말을 하고 싶다). 

 먼저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으로 상쾌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광화문을 걸어가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다. 본인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행복 아닐까? 비록 지금 하는 일이 갓 들어온 사원을 백프로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은 누구다 아는 사실이지만, 하고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부터 해야 하기에 (said by 고도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며 즐겁게 배우고 있다. 그리고 늘 잘 챙겨주시는 선배와 과장님들 덕분에 적응도 잘 하고 있다 라고 말하고 싶다. 

 아직 '일'의 ㅇ의 점하나 찍었을까? 정도 밖에 안되는 신입사원이지만,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늘 준비되어 있는 자세로 일하고 싶다. 배우고 성장해 나가고 싶다.

전문적인 직장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