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

단청

고상 2016. 1. 8. 16:46

 창덕궁의 여러 건물들은 나무 가운데 제일로 치는 소나무로 만들었습니다. 소나무는 단단하고 강해서 오래가고 잘 비틀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나무라도 돌보다 잘 썩고 벌레가 꼬여서 더러워지기 쉬운데요,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예부터 쓰던 방법이 단청입니다. 단청을 하면 집을 오래 보존할 수 있고 또한 멋지고 웅장해 보입니다. 하지만 비용과 수고가 많이 들어서 단청은 일반 백성의 집에서는 할 수 없었고 부처님을 모셨던 대웅전, 임금님이 계신 궁궐, 지방 관아, 사당 같은 곳에만 단청을 올렸습니다.

 단청은 흰색, 검은색, 푸른색, 붉은색, 누런색을 기본으로 합니다. 이 다섯가지 색을 오방색이라고 합니다. 이는 우리 조상들이 자연 만물을 구성하는 기본으로 여겼던 오행 (, , , , )을 토대로 합니다. 나무는 푸른색이고 불은 붉은색입니다. 흙은 누런색, 쇠는 흰색, 물은 검정색입니다. 이 중 흰색과 검은색을 뺀 푸른색, 붉은색, 누런색은 삼원색 입니다. 삼원색을 이용하면 만들지 못하는 색이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 색을 함부로 쓸 수는 없었습니다. 궁궐, 관아, , 서원, 향교와 같이 건물의 용도에 따라, 궁궐의 등급에 따라 사용하는 색이 달랐습니다. 왕이나 왕족이 사용하는 건물은 등급이 높아 아름다운 무늬와 다양한 색을 사용했습니다. 편전인 희정당은 주인이 왕이어서 다양한 색을 이용한 아름다운 금문 , 비단처럼 아름다운 무늬를 썼습니다. 나인들이 묵었음직한 대조전 뒤의 자그마한 건물은 단청의 기본인 주칠만 한뒤 간단한 무늬와 색으로 선을 긋거나 면을 메웠습니다. 사대부가의 집을 본뜬 연경당의 경우에는 가칠도 하지 않았습니다

 단청에 쓰이는 물감은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지금이야 물감이나 페인트를 화학 공장에서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 내지만, 옛날에는 물감 만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자연에서 색을 찾아내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을 들여 일일이 물감을 만들었습니다. 단청에 쓰는 물감을 안료라고 하는데 흰색은 하얀흙을 누런색은 누런흙을 깨끗하게 걸러 구워 만들었고, 검은색은 소나무를 태울 때 나는 그을음으로 만든 먹을 이용했습니다. 푸른색과 붉은 색은 녹슨 철이나 녹슨 동, , 황화수은, 코발트 같은 금속 물질을 가진 돌에서 찾아냈습니다.

 단청을 한 나무들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벌레가 들거나 좀이 슬지 않고 습기에도 강해 썩지 않습니다. 빛이나 열에 강해서 색이 잘 바라지도 않구요. 페인트는 바람과 비와 햇빛에 변하는데 반해 단청은 오랜 세월이 지나 색이 바래도 지저분하거나 더러워 보이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런 멋을 풍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