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화토, 잡상, 부시, 오지창
[삼화토]
지붕 위를 보시면 용마루에 흰 테두리를 두른 것을 보실 수 있는데요. 궁궐에 왜 흰 페인트를 칠했느냐 하고 의아해 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페인트가 아니라 삼화토 라고 하는 우리 조상들이 집을 지을 때 다양하게 활용한 재료입니다. 삼화토는 석회질(석회암을 불에 구워 탄산가스를 없앤 뒤 곱게 빻은 석회 가루), 황토(진흙), 석비례(하얀 화강암 가루)를 1:1:1로 섞어 만든 것입니다. 황토와 석비례는 물기를 막고 잘 붙게 해줍니다. 삼화토는 창덕궁 안에서도 화계의 담이나 굴뚝 그리고 예쁜 담장의 돌과 돌 사이에 삼화토를 바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삼화토는 아주 중요한 건축 재료였습니다. 벽에 바른 진흙이 자꾸 무너져 내리는 황토만으로는 집을 지을 수 없기 때문인데요, 황토에 삼화토를 넣어야 버티는 힘이 생기고 들이치는 비도 막아줄 수 있다고 합니다. 옛날 시멘트라고 할 수 있는 삼화토는 현대 기술로 만든 시멘트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우수한 재료 입니다.
[잡상]
지붕 한켠에보면 알수 없는 조각상들이 지붕에 많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를 잡상 이라고 부릅니다. 요괴나 잡귀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막는 동물 모양 조각 입니다. 이 잡상들은 여러분도 잘 아시는 서유기 주인공들이 모델이라고 합니다. 순서대로 삼장법사,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 입니다.
[부시, 오지창]
창덕궁은 산기슭에 지어져 산짐승이 많이 드나들었습니다. 멧돼지가 인정전에 뛰어든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산짐승들은 사람들이 몰아서 쫓아내거나 잡으면 됬었지만 산새를 포함한 많은 새들이 싸 놓은 새똥은 큰 문제였다고 합니다. 새똥에는 요산이라는 독한 물질이 있는데 쇠도 금방 녹슬게 할 만큼 독하니 단청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건 물론이고 나무도 쉽게 썩게 했다고 합니다. 이에 부시와 오지창을 만들어 아예 새들이 앉거나 둥지를 틀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부시는 처마마다 쳐놓은 그물입니다. 새가 처마에 앉거나 둥지 트는 것을 마기 위해, 그리고 뱀이 올라오지 못하게 쳐놓은 것입니다. 처음에는 명주실로 가는 비단실을 여러겹 꼬아 만든 명주실로 부시를 짰는데 아주 튼튼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비단실이 아무리 강해도 좀이나 곰팡이에는 약해서 점차 구리로 실을 만들어서 부시를 짰다고 합니다. 오자창은 처마 안쪽에 군데군데 뾰족하게 박아놓은 작은 창살 입니다. 부시를 칠 수 없는 서까래 아래의 구석진 곳이나 회랑, 지붕 위나 용마루 지붕이 낮은 건물의 처마 같은 곳에 오지창을 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