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 2011. 7. 1. 06:12


  외국 생활을 한지 거의 8개월이 다 되어간다. 미국에서 6개월 동안 있었고 모잠비크에서 2개월째 지내고 있다. 8개월 동안 다양한 지역에서 온 사람들을 만났다. 미국에서 부터 남미, 유럽, 아프리카 까지 예상 했던 것 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였을 때 가장 먼저 그 다양성을 실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로 언어이다. 미국에 있는 국제 Volunteer school에 있었을 때에는 공용어로 영어가 사용 되었지만, 끼리끼리 모였있을 때에는 한국인은 한국어를 브라질 사람은 브라질어, 다른 남미 사람들은 스페니쉬를 쓰면서 각 지역의 특성을 드러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끼리끼리 어울리며 한국어를 쓰곤 했다. 평균적으로 영어를 가장 못하는 그룹이 한국인 그룹이었고 그만큼 따로 똘똘 뭉쳐 다니는 걸 볼 수 있었다. 우리는 한국어를 제대로 떼지도 못할 때 부터 영어에 시달리면서 중,고등학교 내내 막대한 돈과 시간을 영어에 투자한다. 하지만 정작 소수를 제외 하고는 말 한마디 못하는 모습들을 해외에서도 볼 수 있었다. 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데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포르투갈어를 공부하면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포르투갈어는 라틴어에서 파생되어 나온 Romance 언어지만 영어와도 상당히 유사한 부분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기본적인 시제와 문법 구조가 영어와 비슷했고 동사, 명사들도 놀랄 정도로 유사한 것들이 많았다. 같은 Romace 언어인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스페니쉬 등이 서로 엄청나게 비슷하다는 걸 고려할 때 남미,유럽인들이 영어를 배우는데 훨씬 유리하다는 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어를 쓰고 영어를 배우는데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던 내 입장에서는 영어와 포르투갈어의 유사성이 굉장히 놀라웠었는데 브라질 친구들은 많이 다르다고 하면서 별 것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스페니쉬와 포르투갈어 만큼 비슷하지 않기 때문일까.

 한미학생회의에 미디어 그룹으로 참여하면서 인터넷을 통한 미디어의 공유에 대해서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다. 페이스북, 트위터를 필두로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Personal Media 시대가 내가 살고 있는 세대에서 부터 시작 되고 있다. 그리고 그건 한 국가, 지역 뿐이 아닌 전 세계를 무대로 한 실시간 정보 공유의 시대가 될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의 언어란 어떤 의미 일까. 소통의 매개체로써 개개인의 손에 있는 스마트폰들의 연결 고리가 되어 줄 것이다. 언어를 통해서 정보를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여러가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굉장한 이점이 될 것이다. 많은 언어를 사용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 보다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들이 실용적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분명 더 많은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국어를 통해서 다른 언어를 비교적 쉽게 습득할 수 있는 사람들과 비교할 때 한국 사람은 불리한 위치에 놓여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일본어도, 중국어도 그닥 쉽게 배울 수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한국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꼽아 보자면 바로 공부라고 말하고 싶다. 언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분명 공부를 통해서 억지로 외워서 말하는 사람들은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 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공부해서 어느 정도 이상의 수준이 되었을 경우, ‘공부를 통해서 배운 사람이 더 탄탄한 기초를 바탕으로 공부하는 습관과 함께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 생활을 하면서 만났던 많은 외국인들은 대다수가 영어를 할 줄 알았지만 아주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보통 더 잘하려는 노력을 보이지도 않았다.

 물론 이건 굳이 한가지 장점을 꼽았을 때의 이야기이고 사람마다 성향은 많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별 다른 노력 없이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천문학적인 돈과 노력을 의미없는 영어 (점수를 위한, 취직을 위한, 시험 후에는 금방 잊어먹는)에 쏟아 붓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생각해 봤다. 이런 언어의 격차가 앞으로 어떤 차이를 가져 올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