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낀점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낀점들
2달 가까이 아이들에게 영어,컴퓨터,기타를 가르치고
있다 (기타는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원래 다른 사람에게
내가 알고 있는 걸 가르치는 걸 좋아해서 한국에서도 기타를 가르쳤었지만, 이곳에서는 또다른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1. ‘공부’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
책을 펴고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것 보다는 밭에 나가서
일하는 게 더 익숙한 아이들이다. 흙집에 전기를 켜고 앉아 있는 것 보다는 집 밖에서 활동 하는게 더 자연스러운 것 같기도 하다. ‘공부’를 많이 해본
적이 없으니 뭔가를 이해하고 암기하는데 어려움을 보일 수 밖에 없다. 내가 6학년때 학원에서 배웠던 영어의 기본 구조를 가르치는데, 1시간이면 다
외울 수 있는 걸 일주 이주가 지나도 헷갈려 한다. 확실한 동기 부여도 없고 복습도 하지 않으니 도리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반에 학생 간의 수준 차가 몹시 크다. 영어권 국가인 짐바브웨에서
살다 온 극소수의 학생은 영어를 상당히 잘하지만 그 외에 대다수 학생은 I, My 이외에 아무것도
모른다. 얼마 전에 시험을 봤는데, 나름 쉽게 냈다고 생각 했지만 20점 만점에 평균이 10점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저녁에 컴퓨터 타자 연습이나 기타를 가르칠
때는 아이들이 또 다른 모습을 보였다. ‘재미’라는 강한 동기가 있어서 그런지 영어 단어보다 훨씬 어려운 기타 코드를 집중하면서 배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몇몇 학생은 한국에서 내가 가르쳤던 대학생들보다 더 빨리 배우기도 했다.
평소에 하지 않던 것을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그 일이
자신이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라면 괜히 더 어려워 보이고 하기 싫어지기 마련이다. ‘공부’에 익숙하지
않고 관심이 없는 아이들은 숟가락으로 떠먹여 줘도 입속에 넣고 씹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떤 방법을
쓰면 아이들이 관심을 갖게 할 수 있을까? 맛있게 하지 않는 이상 쉽사리 씹지는 않을 듯하다..
2. 잘 가르치고 있는 걸까?
영어 수업을 하다보면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지금 이
아이들에 맞게 잘 가르치고 있는 걸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나는 한국에서 내가 배운대로 가르치는데 아이들은 한국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내가 처음 영어를
배울 때 공부했던 I,My,Me,Mine,You,Your,You,Yours
같은 걸 표로 만들어서 가르치는데 좀처럼 따라오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한테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고등학교때 몇몇 선생님들을 보면서 “혼자 수업하네” 라고 친구들과
비꼬아 얘기 하곤 했는데 지금은 내가 혼자 수업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고 느낄 때가 많다.
포르투갈어와 영어는 한국어와 영어와는 달리 문법 구조가
거의 유사하고 비슷한 동사와 명사가 엄청나게 많다. 포르투갈어를 공부하면서 왜 다른 나라 사람은 영어를 쉽게 배우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여기 아이들은
대다수가 포르투갈어를 쓰기 때문에 우리가 영어를 이해하는 것과는 다르게 영어를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걸 고려 하면서 철저하게 수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자꾸 반성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수업 준비는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글을 써놓고 보니 잘 가르치고 있는게 아닌 것 같다. 수업 준비를
안하고 들어가는 선생이라니.
3. 눈높이 교육은 어렵다.
기타를 가르치면서 있었던 일이다. 나는 코드를
가르칠 때 이해를 돕기 위해서 타브 악보를 칠판에 그려주곤 한다. 그런데 문제는 타브 악보가 기타를 뒤집어 놓은 모양이라서 처음에 헷갈려 하는 학생이 많다. 한국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처음에 항상 여러번 설명을 해야 했었다. 여기에서도 아이들에게 수업이 타브악보와 기타와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데도 많은 학생이 쉽게 배우질 못한다. 그 날도 한
학생에게 반복해서 설명을 했었다. “첫번째 플렛이 여기에 있고 이게 세번째 줄이고...” 그런데 옆에
있던 다른 학생이 내가 가르치던 학생에게 설명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친구는 내가
전혀 보지 못하고 있던 부분을 이용해서 설명을 했고, 그 설명을 듣자마자 내 학생은 바로 이해를 했다. 게다가 그 학생은
내가 가르칠 때 좀처럼 이해를 못해서 상당히 애를 먹었던 학생이었다. 학습 속도가 느린 학생이어서 다른 학생의 문제를 더 정확하게 파악했던 것 같다. 나는 나름대로
자세히 설명한다고 했지만 내가 보는 기타와 그 아이가 보는 기타는 전혀 달랐나보다. 눈높이를 한없이
낮춰도 눈높이 교육은 어렵다. 그래서 다들 구몬을 시작했나...
4. 옆에서 보는 건 쉽다. 안 볼 때 더 잘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많은 아이들이
자기가 기타를 칠 때는 제대로 못하고 헷갈려 하지만 옆에서 볼 때는 척척 코드를 잘 짚는다는 사실이다. 현재 내 기타
한대로 기타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한명이 연습을 할 때 나머지 아이들은 줄서서 지켜보곤 한다. 기타를 잡은
아이가 코드를 헷갈려 할 때 지켜보는 아이는 정확한 코드를 짚으면서 참견 한다. 하지만 자리를
바꿔서 참견 할 때는 잘 알던 아이가 기타를 잡으면 헷갈려 하고 당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컴퓨터 타자를
가르칠 때는 보통 내가 안볼 때 애들이 더 빨리 정확하게 타자를 치는 걸 볼 수 있었다. 열심히 잘 하던
아이가 내가 뒤에 가서 보기만 하면 오타를 내면서 실수를 했다. 나도 내 경험을 돌이켜보면 순서를 돌아가면서 뭔가를 할 때나 누가 나를 지켜 볼 때 긴장하고 당황해서 제대로 못했던 것 같다. 옆에서 보는
건 확실히 더 쉽다. 누가 안 볼 때 보통 더 잘 된다.
5. 기타
중2 때인가, 박찬호 닮은
키 큰 남자 교생 선생님이 우리 반에 왔었다. 그리고 몇 일 뒤에 그 선생님이 여자 아이들을 데리고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쐈다는 소문을 들을 수
있었다. 얼마 전에 야외 영어 수업을 한 번 가졌었다. 시험 기간에
시험을 치지 못한 학생들에게 추가 시험을 주면서 다른 학생들은 그 시간 동안 야외에서 영어 노래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Stand by me 라는 곡을 같이 불렀는데 야외 수업이다 보니 은근슬쩍 학생들이 자리를 비우고 결국 10명 정도의 학생만
남게 되었다. 남은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추가 점수를 줘야 한다고 소리를 쳤다. 자리에 남은게
고맙기도 하고 애들 모습이 귀엽기도 해서 콜라를 사주겠다고 했다. 아이들이 환호를 하는데 그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다. 아이들을 데리고
상점에가서 콜라를 한 개씩 쥐어주는데 그제서야 모든 아이들이 여자 아이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중2 때 조금 원망했던
교생 선생님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햄버거를 못 먹었던건 내가 그 선생님을 따라 다니지 않아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