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취업에 대해서 한참 고민을 많이 하던 2012년에 '밥벌이 마인드'라는 책을 보고 인상이 깊어서 책의 저자에게 보냈던 메일이다.
그 당시의 내 생각과 희망사항들, 고민들이 다 나타나 있는 것 같다.
지금은 그 당시 갈망했던 것들을 온전히 다 이루었지만, 여전히 만족감 보다는 불안감이 더 큰 상태이다. 매사가 다 그런 거 같다. 늘 주어진 것들에 대해 감사할 줄 알아야겠다.
근데 지금 보니까 너무 오글거린다..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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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갑작스러운 메일이었는데 불구하고
답변 해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제 취업을 앞둔 취업준비생입니다.
지금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4학년 재학중이고 저도 해외영업부문을 지원하고자 합니다.
사실 해외영업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지는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군대에서 뮤지컬을 기획하면서 제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무대를 기획하고 재미있게 만드는 일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처음에는 방송국 PD를 하고싶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대학생활 내내 밴드에서 기타, 노래로 공연을 했었기 때문에
그 길이 더 제게 잘 맞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국제자원봉사단체를 통해 아프리카를 다녀오면서 그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PD라는 직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하고자 아프리카행을 결정했었습니다. 미국에서 6개월간 머물면서 공부하고, 펀드레이징해서 아프리카에서 6개월간 자원봉사를 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1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미시간, 달라스, 뉴욕, 캘리포니아 등 미국 전역을 자동차로 이동하고 그 지역 사람 집에 잠을 얻어자면서 미국에서의 삶을 볼 수 있었고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는 영어,음악,컴퓨터를 가르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점차 방송국 PD라는 직업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인류 역사상 가장 변화의 주기가 짧은 지금 순간에 작은 편집실에서 아무도 보지 않을 방송을 만드는 것 보다는 넓은 세상을 보고 배우며 사는게 더 의미있는 삶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아직 본격적으로 언론고시 공부를 시작해 보지도 않았고, 그 바닥에 뛰어든다고 해도 결코 그 과정이나 결과가 쉽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더 쉽게 마음을 바꾼 것일 수도 있지만, 저는 기왕이면 제가 가진 가능성을 블루오션에 쏟아보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해외영업이 어떤 일인지 알아보다가 우연히 블로그를 보게 되었고 아주 상세하고 현실감있게 설명된 글에 감명을 받아서 책을 보고 메일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몇가지 여쭈어 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저는 브라질에서 해외영업 일을 하고 싶습니다. 모잠비크는 포르투갈어를 쓰기 때문에 저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꾸준히 공부하고 브라질 친구들과 어울리며 포어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저는 브라질에서 몇년간 일하면서 언어를 튼튼하게 익히고 그 이후에는 스페인어에도 도전해서 남미 쪽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카투사로 군복무를 했기 때문에 영어소통도 큰 문제가 없는데, 이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1. 문제는 제가 지금 맞춘 포커스가 '어떤 일 을 하고 싶어서 브라질 해외영업을 한다'가 아니라 '단지 브라질이라는 큰 블루오션에서 그 언어를 익혀서 장기적으로 내 언어능력과 커리어를 향상시키고 싶다' 라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이라면 이번 하반기에 브라질 해외영업을 하는 기업에 원서를 무작정 집어 넣어서 그 중에 성공한 곳에 취직 할 것 같은데, 이건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생각만해도 가슴이 설레이는 그런 '일'을 하게 된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해도 최소한 취업을 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어떤 일'인가 일것 같은데, 이 점에 대해서 조언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2. 학교에서 취업진로상담을 어제,오늘 받아 보았습니다. 두분 다 기업의 인사팀에 있었던 분이 상담을 해주셨는데 공통점으로 하시는 말씀이 해외영업만 고집하지 말라 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유는 해외영업이 국내영업보다 더 경쟁이 치열하고 비교적 SKY학생들이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먼저 중요한건 어떤 기업에 들어가는가 인데 그 이유는 기업이 크면 인사 이동도 많고 그만큼 추후에 더 기회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국내영업으로 들어가도 나중에 해외영업부문에서 일할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저는 그 전까지 어떤 기업에 들어가든 내가 능력이 있다면 더 나은 회사로도 옮길 수도 있을 것이고 중요한 건 내가 들어가는 회사가 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자리인지 아닌지라고 생각해 왔는데요. 이 문제에 대해서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3. 저는 이제 공채까지 2달 정도 남은 상황입니다, 해외영업이라는 직무에서 봤을때 취직 전에 이거 정도는 꼭 준비하거나 길게 봐서라도 염두에 뒀으면 좋을 것 같다 라는 게 있다면 조언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처한 상황과 제 생각을 자세히 말씀드리려다 보니까
글이 너무 길어진 것 같습니다.
바쁘실텐데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답변은 천천히 보내주셔도 아무 문제 없으니
부담갖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상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