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생각들
2011. 6. 30. 06:28
모잠비크에서의 첫번째 글
벌써 이곳에 도착한 지도 2달이 다 되간다. 한국에 있었을 때만큼 시간이 빨리 가지는 않지만 여기서도 시간은 속수무책으로 흘러가곤 한다. 사실 여기서도 인터넷을 매일 할 수 있어서 글을 매일 올릴 수 있었는데 이것 저것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느라 책상에 앉아서 내 생각을 정리 할 여유를 갖지 못했다. 아프리카에 오면 맨날 글만 쓰게 될 줄 알았는데, 환경이 갖춰지면 또 딴 생각이 나는 법이다.
얼마 전에 가깝게 지내는 학생 집으로 주말에 잠시 여행을 다녀 왔다. 그 학생의 형제들이 음악을 한다길래 다른거 안보고 따라 나섰다. 구릉고자? 고릉고쟈? 대충 이런 발음을 가진 지역인데 옹기 종기 모여있는 흙집 들과 저 멀리 떡하니 버티고 있는 산이 굉장히 친근하게 느껴지는 꽤 큰 마을이었다. 두명의 학생 집을 방문했었는데 집집 마다 귀한 손님이라도 온듯 융숭한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쉽게 맛 볼 수 없는 닭, 돼지 요리를 끼니 마다 조금씩 먹을 수 있었다. 어찌나 좋던지. 마치 사랑방 손님이라도 된 듯 주인집 딸들은 백인인 나에게 관심을 보였고 늘 반가운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며칠동안 그곳에 머물면서 한국도 현대화 이전에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한 지역에 온 일가 친척들이 모여 살아서 지나가다가 만난 사람이 삼촌,사촌,친척 들이고 20살이면 다들 결혼을 해서 자식도 5명씩 낳는 모습이 우리 부모님 세대의 모습과 같았다. 대나무와 흙을 쌓고 비닐,짚 등으로 지붕을 만든 집에서 사는 모습, 물을 길어와서 샤워를 하고 재래식 변소를 사용 하는 모습, 어른들은 아침 일찍 농사를 지으러 가고 아이들은 물을 긷고 과일을 길가에서 팔고 이렇게 업무 분담을 하는 모습 등이 1960년대의 한국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읍내에 있는 큰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주말이면 가족을 만나러 마을로 돌아가는 학생들의 모습이 TV에서 보던 한국의 시골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마치 옛날에 미군들을 보면 한국 아이들이 쫓아다니고 신기하게 여겼듯이 여기서도 흑인이 아닌 사람들을 보면 무중구 라고 부르면서 관심을 보이는 모습도 비슷했다.
그런데 이런 가운데에도 눈에 띄게 차이를 보이는 점이 하나 있다. 바로 2011년의 모잠비크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핸드폰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일상의 필수 요소로 핸드폰이 여겨지고 있다. 처음에 그럼 흙집에 살면서 충전은 어디서 할까 하는 의문을 가졌었는데, 흙집 안에서도 전기를 사용한다. 도로도 잘 발달이 되어 있어서 조금 불편하지만 조그마한 봉고에 낑겨 타는 수고만 한다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맨손으로 옥수수 가루 비슷한 것을 찐것을 반찬 한가지를 두고 먹고 재래식 변소를 쓰면서 다른 한손으로는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이용하는 모습. 뭔가 어색하기도 하고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2011년의 모잠비크의, 아프리카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