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생각들 2011. 10. 8. 22:13

Terras cultivadas


 내가 있는 학교에는 작은 도서관이 있다. 도서관에서 저녁에 컴퓨터 수업을 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네번 정도 도서관에 가고 있다. 얼마 전에 우연히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지리 책을 몇장 훑어 봤다. 그런데 한가지 눈에 띄는게 있었는데 바로 terras cultivadas (농경 지역)에 대한 작은 그림이었다. 세계 지도에서 각 지역마다 빙하, 툰드라, 사막 등을 검은색으로 분류해 놓은 그림이었는데  참 인상적이었다.  
 
 Terras cultivadas 로 분류되어 있는 지역은 미국 절반 정도의 동부 지역과 중국 동부, 인도 북부와 그리고 거의 모든 지역의 유럽이었다 (상당 부분의 한국과 일본 남부 지역도 농경 지역으로 나와있다). 초기 4대 문명의 발상지 (인더스,황하,메소포타미아,나일강) 역시 모두 농경 지역이었다. 그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부분이 있다. 바로 유럽 지역이었다. 

 간혹 한번씩 의문을 느낄 때가 있었다. 그 큰 아프리카가, 브라질이 어떻게 유럽의 식민지가 되었을까? 아무리 유럽이 신무기를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어떻게 본토에 있는 토착민들이 소수의 침략자를 막지 못했을까? 그런데 이 지도를 통해서 그 의문이 조금 풀렸다. 유럽의 각 국가들이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만들기 시작했을 당시에는 사람들이 농경으로 살아가는 사회였다. 땅이 얼마나 비옥하느냐에 따라 그 지역이, 국가의 힘이 좌우 되었을 것이고 기본적인 '식(食)'이 해결되지 않은 곳에서는 기술의 발전이 있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농경이 아닌 사냥에 의존한 사회라면 큰 집단, 나라가 형성될 수가 없었을테고 외부의 침략자에 대항할 힘도 가지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아프리카지역 중에서 농경지역으로 표시된 부분은 극히 일부분이다. 북쪽에는 거대한 크기의 사하라 사막이 있고 그 이외의 지역은 거의 삼림과 초원의 중간 단계인 사바나 지역이다. 아마 유럽의 신무기에 맞설 만한 강한 힘을 가진 국가가 없었을 것이다. 

 한국에 있었을 때는 사실 세계지도를 봤던 적이 거의 없었다. 어릴 적에 나라 이름 외우기 놀이 할때나 많이 봤었지 나이 먹고는 지도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고등학교때 사회책에 있는 지도를 봤던 기억이 나지만 그때도 어떤 '생각'을 가지고 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 내 머리속의 세계는 한국, 일본, 중국, 미국, 유럽, 아프리카, 남미 정도였다. IICD 생활을 하고 부터, 아프리카에 오고 나서 자주 지도를 보고 있다. 유럽의 각 국가들, 아프리카의 각 국가들, 캐나다에서 시작해서 중남미를 거쳐 브라질까지의 아메리카 대륙, 각 국가들의 모양과 국가간의 관계들을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곤 한다. 세계 각국에서 온 자원 봉사자들을 만나기 때문에 그런걸까, 머리 속에 있는 세계가 더 커진 느낌이다.  각 국가간에 있었던 굵직한 역사에 대해서 더 알고싶다. 학교에서 들었던 경제 발전론, 장하준 교수의 저서들, 자본주의와 소셜 네트워크 등을 생각하며 세계지도를 보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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