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생각들
2011. 10. 9. 08:06
오늘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 이라는 말은 보통 문학 책에서 별을 묘사할 때 자주 볼 수 있는 표현이다. 이제 모잠비크에서 생활한 지 5개월 째다. 그리고 그게 어떤 느낌인지 조금 알게 됐다. 사실 이전에도 밤하늘의 많은 별을 본 적은 있었다. 인도의 자이살메르 사막에서 하룻밤 지낼 때도 별이 많았고 그랜드 캐년에서도 엄청나게 많은 별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밤마다 보는 별들은 그 때에 비하면 숫자는 적지만 내게는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매일 저녁마다 학교에서 늦게까지 인터넷을 하다가 새벽에 숙소로 돌아간다. 숙소는 학교에서 100여 미터 떨어져 있는데 그 길을 걸으면서 하늘에 별을 보곤 한다. 아무도 없는 새벽길을 별과 함께 걷는다. 그러다 바람이 불으면 시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오늘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아는 시도 없으면서 이럴때 시 한구절 떠올린다는 생각에 피식 웃는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전등이 없다. 사실 내가 있는 학교에만 전등이 있지 모잠비크의 밤은 어둠 뿐이다. 어둠 속을 별을 보며 걸어가다 보니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짧지만 깊은 생각들. 지금에 대한 생각들, 과거 혹은 미래를 향한 것들. 집으로 돌아가는 그 100여 미터를 걷는 동안 하루종일 했던 것 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한다. 그 때 별을 본다. 별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는 느낌이다. 예전 사람들이 별이 나를 지켜본다고 했던 말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한국에 있었다면 절대 가질 수 없는 시간이다.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우리가 잃어가는 것도 많다는 생각을 한다. 달빛이 밝은 날에는 모잠비크의 어둠이 조금 걷히는 걸 볼 수 있다. 사극에서 왜 맨날 '오늘 달빛이 무척 밝구려' 라고 하는 지 알 것 같다. 달빛의 소중함, 별빛의 존재 등 예전 사람들이 누렸던 것들을 시간이 지나며 잃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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